숙취 총정리 | 가장 잘 검증된 노하우는?
술 마시기 전에 대비하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잘 쓰던 방법이 있으면 그대로 쓰세요
숙취는 연구 자체가 적고 질도 낮은 분야입니다. 그래서 ‘근거가 없다’는 말은 대부분 ‘아직 제대로 시험해 본 적이 없다’는 뜻이지, ‘효과가 없다고 밝혀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드셔 보고 효과를 보신 방법이 있다면 그대로 쭉 쓰세요. 아래 내용은 그걸 말리려는 게 아니라, 새로 뭘 고르실 때 참고하시라고 정리한 것입니다.
대부분 식품이라 안전하고, 사람마다 반응도 다릅니다. 다만 처음 사시는 분이라면 기대는 낮게 잡으시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이거 먹었으니 좀 더 마셔도 되겠지’로 이어지면, 그때부터는 안 먹느니만 못합니다.
숙취는 마시기 전에 대부분 결정됩니다
다들 다음 날 아침에 뭘 먹을지부터 궁금해하십니다. 그런데 효과가 확인된 방법은 거의 전부 ‘마시기 전이나 마시는 중’에 한 것들입니다.
아침에 먹어서 통한 건 진통제 하나뿐입니다
이미 숙취가 온 뒤를 겨냥한 시험들은 결과가 신통치 않습니다. 술이 다 깬 뒤에 먹인 구역약도, 음주 전에 먹인 혈압약도, ‘당이 떨어져서 그렇다’는 통념을 시험한 당분도 전부 위약과 차이가 없었습니다.1 그나마 결과가 나온 건 술자리 직후, 또는 마시기 전부터 취침 전까지 챙겨 먹은 경우였습니다.23 눈을 뜬 뒤에 먹어서 통한 것은 소염진통제가 두통을 덜어 준 정도인데, 그마저도 피로와 메스꺼움에는 듣지 않았습니다.4
이유는 단순합니다. 숙취는 술이 몸에서 처리되는 동안 만들어지는데,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그 과정이 이미 다 지나간 뒤입니다.
‘다음 날’이라 적힌 제품도 시험은 마시기 전에 했습니다
헛개 음료 임상은 술 마시기 30분 전이나 2시간 전에 먹는 설계였습니다. 효과를 인정받으려면 숙취 설문 점수나 혈중 알코올·아세트알데하이드 수치가 좋아졌다는 걸 보여야 하는데,5 혈중 수치를 움직이려면 알코올이 들어오기 전에 먹어야 하거든요.6 그러니 광고에 ‘술 마신 다음 날’이 적혀 있어도, 그 문구를 받쳐 주는 시험은 대개 마시기 전에 먹은 시험입니다.
원인이 여럿이라 특효약도 없습니다
최근 연구는 염증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술이 들어오면 면역계는 이를 처리해야 할 위협으로 봅니다. 그때 면역세포가 내보내는 신호물질을 사이토카인이라 하는데, 이 사이토카인이 뇌까지 도달해 다음 날 증상을 만듭니다.
숙취 상태에서 잰 여러 지표를 모아 본 검토가 있습니다. 혈당도, 전해질도, 호르몬도 숙취가 심한 정도와 맞아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관계가 확인된 것은 면역 지표뿐이었습니다.7
2024년 리뷰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갔습니다. 숙취를 아예 ‘알코올이 일으킨 염증에 몸이 앓는 반응’으로 다시 정의하고, 알코올을 분해하며 생기는 산화스트레스와 장내세균 교란까지 같은 설명 안에 묶었습니다.8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로도 꽤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 술과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장 점막의 이음새를 느슨하게 만듭니다. 그 틈으로 장에 있던 세균 조각이 혈액으로 새어 나갑니다.
- 면역세포가 그걸 감지해 사이토카인을 뿜습니다.
- 이 사이토카인이 뇌에 작용해 ‘아플 때 나오는 행동 세트’를 켭니다. 기운 없고, 집중이 안 되고, 입맛이 없고, 통증에 예민해지고, 기분이 가라앉는 그 묶음이요.
숙취 증상 목록이 감기 몸살과 거의 겹치는 게 우연이 아닌 겁니다. 실제로 사람에게 그 세균 조각만 따로 주입해도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8
다만 이건 ‘함께 움직였다’는 관계이지, 염증을 눌러서 숙취가 줄어드는 걸 보여 준 단계까지는 아직 못 갔습니다. 사이토카인 수치와 숙취 정도의 관계도 연구마다 다르게 나옵니다.
항염 영양제는 하룻밤 사이엔 듣지 않습니다
밀크씨슬·오메가3·커큐민 같은 성분은 몇 주 꾸준히 먹어야 염증 지표가 움직이는 종류입니다.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급성 반응을 잡기엔 늦고, 숙취를 상대로 시험된 적도 거의 없습니다. 바로 듣는 항염은 소염진통제인데 그건 아래에서 따로 다룹니다. 참고로 커큐민은 드물게 간 손상 보고가 있어, 술 때문에 꾸준히 챙겨 먹을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방아쇠일 뿐, 메탄올은 아직 가설입니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알코올이 분해되며 잠깐 생기는 독성 물질입니다. 얼굴이 붉어지고 속이 울렁거리는 건 대부분 이 물질 때문이에요. 다만 다음 날 아침이면 이미 대부분 사라진 뒤라 방아쇠를 당기는 쪽에 가깝습니다.
색이 진한 술을 마시면 유독 더 고생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술에는 에탄올 말고도 발효·숙성에서 생긴 미량 물질이 섞이는데, 그중 메탄올이 지목됩니다. 재미있는 건 메탄올이 에탄올이 다 없어질 때까지 순서를 기다린다는 점이에요. 같은 효소를 두고 경쟁하기 때문인데, 숙취가 술이 다 깬 뒤에야 찾아오는 시점과 맞아떨어집니다.
다만 이걸 직접 시험한 연구에서는 숙취가 온 날 메탄올 수치가 높긴 했어도 숙취가 심한 정도와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9 아직 확정된 설명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잠을 설친 날일수록 다음 날 숙취가 심합니다
술을 많이 마신 날은 잠의 효율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설친 정도가 클수록 다음 날 숙취도 심했습니다.10
탈수는 주범이 아닙니다
오해가 없게 짚고 가겠습니다. 술이 이뇨를 일으키는 건 맞습니다. 몸이 물을 붙잡아 두게 하는 호르몬을 알코올이 억제하니까요.
다만 그게 밤새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마시기 시작한 초반 몇 시간은 소변이 늘지만, 자정을 넘기면 오히려 물을 붙잡는 쪽으로 방향이 바뀝니다.11 그래서 아침에 재 보면 탈수 지표가 뚜렷하지 않고, 탈수가 심했던 사람이 숙취도 심한 것도 아닙니다.712 둘 다 술 때문에 생기기는 하지만, 하나가 다른 하나를 불러오는 사이는 아닙니다.
원인이 하나였다면 특효약은 진작 나왔을 겁니다. 여러 갈래가 겹쳐 있다는 게, 지금까지 확실한 해결책이 없는 진짜 이유입니다.
마시기 전에 할 일은 세 가지입니다
빈속에 시작하지 마세요
음식이 위에 있으면 알코올이 넘어가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같은 양을 마셔도 혈중 알코올 최고 농도가 빈속일 때보다 뚜렷하게 낮았고, 참가자들이 느낀 취기도 덜했습니다.13 기름기와 단백질이 있는 음식이 특히 그렇습니다.
한 가지는 짚고 가야겠습니다. 이건 ‘덜 취한다’가 확인된 것이지, ‘다음 날 숙취까지 덜하다’가 확인된 건 아닙니다. 음식은 흡수를 늦출 뿐 들어온 알코올의 총량을 줄이지는 않거든요.
그래도 챙겨 드시는 게 맞습니다. 덜 취하면 그 자리에서 덜 마시게 되고, 결국 마시는 총량이 줄어듭니다. 뒤에 나올 물 이야기와 정확히 같은 이유예요.
색이 진한 술은 피하세요
같은 알코올 양이라도 브랜디·위스키처럼 색이 진한 술은 보드카처럼 맑은 술보다 숙취가 심합니다. 앞서 본 미량 부산물 때문인데, 취하는 정도는 같은데 다음 날 숙취만 더 심합니다.
레드와인도 여기 들어갑니다. 미량 부산물이 브랜디·위스키와 비슷하게 많은 편이고, 맥주·보드카가 가장 적습니다. 레드와인은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레드와인에 유독 많은 케르세틴이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치우는 효소를 방해한다는 가설이 2023년에 나왔습니다.14 아직 시험관 단계라 확정은 아니지만, 유독 와인만 마시면 머리가 아픈 분들에겐 짚이는 데가 있을 겁니다.
숙취해소제는 마시기 전에 드세요
앞 장에서 본 대로 제품 임상은 대개 마시기 30분 전 설계입니다. 다 마시고 나서 챙겨 먹는 건 연구된 적이 거의 없는 방식이에요.
이미 마신 뒤에는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물은 숙취를 없애 주지 못합니다
그래도 계속 챙겨 드세요. 마시는 이유만 바꾸시면 됩니다.
물을 정면으로 시험한 큰 임상은 아직 없습니다. 있는 건 학생들에게 지난번 과음을 되물은 설문 한 편, 그리고 열 명 남짓에게 술과 함께 물을 나눠 마시게 한 소규모 시험 정도입니다. 설문에서는 물을 챙긴 쪽이 조금 낫긴 했지만 의미를 두기 어려운 폭이었고, 소규모 시험에서는 아예 차이가 없었습니다.1215
그렇다고 헛수고라는 뜻은 아닙니다. 위 연구들은 술 양을 정해 놓고 물만 더 마시게 한 설계라, 실제 술자리에서 물이 술을 대신해 주는 몫은 애초에 잴 수가 없었습니다. 잔 사이에 물을 끼우면 마시는 속도가 느려지고 총량도 줄어드는데, 숙취를 정하는 가장 큰 변수가 바로 마신 양입니다.
즉 숙취를 지워 주는 해독제가 아니라, 갈증을 풀어 주고 덜 마시게 거드는 정도입니다.
국물이 당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해장국 한 그릇은 드셔도 좋습니다. 다만 숙취를 지워 주지는 않고, 나트륨을 조절하시는 분이라면 국물은 남기세요.
술을 마시고 나면 유독 국물과 짠 것이 당깁니다. 기분 탓은 아닌데, 단 것이 당기는 이유와 짠 것이 당기는 이유는 서로 다릅니다.
- 당은 실제로 모자랍니다. 간은 알코올을 처리하는 동안 새 포도당을 만드는 일을 멈춥니다. 그래서 안주 없이 오래 마시면 혈당이 떨어지고 몸은 당을 찾습니다.
- 짠 것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술이 일으키는 이뇨는 나트륨보다 물이 훨씬 많이 빠지는 쪽이라, 음주 직후에는 혈중 나트륨이 오히려 조금 올라가고 다음 날 아침이면 대부분 원래 수치로 돌아와 있습니다.16 그보다는 알코올이 굶주림 신호를 켜 놓는 작용이 더 설득력 있습니다.17
그러니 해장국이 도움이 되는 건 나트륨 때문이 아닙니다. 따뜻한 수분과 탄수화물이 한꺼번에 들어 있어 밤사이 빠져나간 만큼을 채워 주고, 속이 불편할 때 넘기기 쉽다는 것도 실질적인 장점입니다.
반대쪽도 보셔야 합니다. 국물까지 다 드시면 나트륨이 하루 권장량을 넘깁니다. 모자라서 채우는 게 아니라 이미 충분한 데 더 얹는 쪽에 가깝습니다.
기대치만 맞추시면 됩니다. 잃은 걸 채워 주니 덜 힘들게는 해 주지만, 숙취 자체를 지워 주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다음 날 숙취가 얼마나 심한지는 혈당과 상관이 없었고,7 술자리 중이나 직후에 당분을 준 시험도 위약과 차이가 없었습니다.1
- 콩나물의 아스파라긴산이 알코올 분해를 돕는다는 설명이 유명한데, 이건 성분을 따로 뽑아 농축해 쓴 실험 얘기입니다. 국 한 그릇에 든 양으로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 기름진 음식은 마시기 전에 먹어야 값을 합니다. 흡수를 늦추는 게 그 역할이라, 다 마신 뒤에는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잘 자는 게 성분보다 확실합니다
위에서 본 대로 잠을 설칠수록 다음 날 숙취가 심합니다. 술자리를 너무 늦게 시작하지 마시고, 다음 날 아침 일정은 비워 두세요.
진통제는 용량만 지키면 됩니다
‘술 마신 다음 날 타이레놀은 절대 금물’이라는 말이 돌지만 다소 과장된 얘기입니다. 정해진 용량을 한 번 먹는 정도로 간이 상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진짜 위험은 권장량을 넘겨 반복해서 먹을 때, 그리고 평소 술을 많이 드시거나 굶은 상태일 때 생깁니다.18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을 드신다면 용량을 넘기지 마시고, 종합감기약 같은 데 같은 성분이 겹치지 않는지 확인하세요. 이부프로펜 계열은 간 부담은 덜하지만 술로 예민해진 위를 자극하니 빈속은 피하시고요.
기대 범위도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숙취가 있는 의사들에게 소염진통제를 한 번 먹인 시험에서 두통은 위약보다 나아졌지만 전신 피로와 메스꺼움은 그대로였습니다.4 진통제는 딱 아픈 것만 덜어 줍니다.
커피가 통하는 건 두통 정도입니다
서양에서 아침 커피로 해장하는 습관이 흔한데, 기전상 아주 틀린 건 아닙니다.
숙취 두통의 범인이 아세트산이라는 동물 연구가 있습니다.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하이드를 거쳐 아세트산이 되는데, 이게 뇌에 아데노신을 쌓아 통증을 만든다는 겁니다. 그리고 카페인이 바로 그 아데노신을 막는 물질이라, 쥐에서는 이 통증이 차단됐습니다. 두통약에 카페인이 들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19 다만 여기까지는 쥐에서 확인된 이야기라, 사람에게도 똑같이 나타나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런데 사람을 대상으로 보면 커피가 숙취를 덜어 준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카페인이 든 술과 안 든 술을 비교한 연구에서 다음 날 숙취의 빈도도 정도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20 각성은 시켜 주지만 알코올 처리를 빠르게 하진 않아서, 깬 것 같은 착각만 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두통이 주 증상이면 한 잔 드셔 보시고, 속이 울렁거리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날이면 피하세요. 카페인은 위산을 자극하고 불안을 키웁니다.
해장술은 괴로움을 미룰 뿐입니다
술을 다시 마시면 잠깐 덜 괴로운 건 알코올이 다시 들어와 증상을 늦추기 때문입니다. 결국 괴로움을 뒤로 미루면서 마시는 총량만 늘리는 셈입니다.
숙취해소제는 시험을 거쳤어도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2025년 1월부터 ‘숙취해소’라는 표현을 쓰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 자료를 갖춰야 합니다.21 자료를 낸 89개 품목 중 80개가 인정받았고, 자료를 아예 내지 않은 제품은 이제 그 표현을 쓸 수 없습니다.5 그러니 지금 ‘숙취해소’라고 크게 적힌 제품이라면 최소한 사람 시험은 한 번 거쳤다고 보셔도 됩니다.
다만 ‘시험을 했다’와 ‘확실히 듣는다’는 다릅니다. 임상시험을 모아 본 검토에서 같은 성분을 두 번 이상 연구한 경우가 하나도 없었고, 결과도 모두 ‘매우 낮은 질’로 평가됐습니다.22 효과의 폭도 크지 않습니다. 결과가 가장 좋았던 배즙 연구도 열 중 둘 정도 덜 괴로운 수준이었습니다.23 멀쩡해진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나마 근거가 쌓인 것
-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 국내 제품에 가장 흔하고 사람 임상도 여러 건입니다. 혈중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낮춘 결과가 있지만, 정작 참가자가 매긴 숙취 점수는 차이가 없었던 연구도 있습니다.6 이 성분이 ‘가장 낫다’기보다, 제일 많이 시험받아 본 성분이라고 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시도해 볼 만하지만, 근거는 아직 부족한 것
손해 볼 게 없다면 시도해 보셔도 됩니다. 여기가 사실상 대부분입니다. 신호가 한 번씩 나왔거나 기전이 그럴듯한데, 뒤이어 확인해 준 연구가 없는 상태예요.
- 손바닥선인장 추출물: 성분표에서 눈에 잘 안 띄는데, 의외로 연구 설계는 좋은 편입니다. 술 마시기 몇 시간 전에 먹었더니 메스꺼움·식욕부진·구강건조가 줄었고 염증 지표도 위약보다 낮았습니다.24 앞서 본 염증 가설과 방향이 맞아 흥미롭습니다. 다만 나아진 건 일부 증상이고 전체 숙취 점수는 의미 있게 줄지 않았습니다. 2004년 이후 재현 연구도 없고요.
- 경구수액(ORS) 파우더 · 이온음료: 요즘은 물에 타 먹는 식품 형태로 많이 나옵니다. 다만 숙취를 두고 위약과 비교한 임상은 없고, 전해질 수치 자체는 숙취 정도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7 평범한 숙취라면 물 한 잔이나 해장국 한 그릇과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토했거나 설사를 했다면 그때는 확실히 제 몫을 하고요.
- 홍삼 · 정향 추출물: 숙취 점수가 위약보다 낮았다는 임상이 하나씩 있습니다. 다시 확인한 연구가 없어 우연인지 진짜인지 모릅니다.22
- 배즙: 마시기 전에 먹었더니 숙취 점수가 줄었습니다. 다만 열 명 남짓짜리 연구 하나가 전부입니다.23 흔하고 싸다는 게 장점이에요.
- L-시스테인 · NAC(N-아세틸시스테인): 이름이 달라 다른 성분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같은 계열입니다. NAC이 몸에서 시스테인으로 바뀌거든요. 시스테인이 아세트알데하이드와 직접 결합해 치운다는 기전은 분명한데, 결과가 일관되지 않습니다. L-시스테인은 메스꺼움·두통이 나아졌다는 소규모 연구가 있는데,25 NAC은 그보다 큰 시험 두 건에서 모두 위약과 차이가 없었습니다.2627
- 마그네슘: 술을 오래 많이 드시는 분에게서 마그네슘이 소변으로 빠져나가 부족해지는 건 확인된 사실입니다.28 다만 그건 만성 음주 얘기고, 하룻밤 술자리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는지는 별개입니다. 술이 빠질 때 과해지는 뇌의 흥분 신호를 눌러 준다는 이유로 다음 날 불안감에 좋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중간 고리가 약합니다. 숙취 중 무기질 변화는 미미했고 숙취 정도와도 이어지지 않았거든요.7 사람을 대상으로 숙취에 시험한 연구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숙취 목적으로는 맞지 않는 것
이건 ‘근거가 부족하다’와 다릅니다. 애초에 겨냥하는 곳이 숙취가 아닙니다.
- 비타민B군: 해외 숙취 제품에 가장 흔한 성분인데, 정작 이걸로 숙취가 줄었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 글루타치온: 해독 이미지 때문에 자주 들어가지만, 단독으로 숙취를 덜어 준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 밀크씨슬: 간 영양제로 유명하지만 숙취용 성분이 아닙니다. 그럼 술자리에 맞춰 고용량으로 한 번 쓰면 어떨까 싶은데, 듣는 방식이 그 짧은 시간에는 맞지 않습니다. 항염 작용이 유전자 발현을 바꾸는 쪽이라 세포 실험에서도 하루쯤 노출돼야 나타났고,29 흡수된 것도 몇 시간이면 빠져나갑니다.30 같은 목적이라면 효소를 곧바로 막는 소염진통제가 맞습니다.
성분표에서 자주 보이는 나머지
한 병에 열 가지가 넘게 들어 있는 제품이 많습니다. 가짓수가 많다고 그게 다 일하는 건 아닙니다.
| 성분 | 판정 |
|---|---|
| 미배아 대두 발효추출물 | 국내 제품의 대표 원료. 인체적용시험은 있지만 제조사 주도이고, 국제 학술 근거는 빈약합니다. |
| 갈화(칡꽃) | 헛개와 묶은 조합 임상은 있는데, 이 성분 단독으로는 근거가 없습니다. |
| 아티초크 | 근거가 부족한 게 아니라 시험했는데 안 된 경우입니다. 음주 직전·직후에 먹인 임상에서 모든 항목이 위약과 같았습니다.31 |
| 오리나무 | 국내 장수 제품의 주원료입니다. 특허를 여러 나라에서 받았다고 홍보하지만, 특허는 조성이 새롭다는 인정이지 효과가 증명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
| 아르기닌 · 타우린 · 베타인 | 간 대사와 얽힌 이미지는 있어도, 숙취를 두고 시험한 사람 연구가 없습니다. |
| 구기자 · 마카 | 숙취와 직접 이어지는 근거가 없습니다. |
| 과라나(천연 카페인) | 앞의 커피와 같은 얘기입니다. 각성은 되지만 숙취는 그대로예요. |
얼굴이 빨개지는 분은 얘기가 다릅니다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뛰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효소가 약하게 타고난 경우인데, 한국·중국·일본계에서 약 3분의 1이 여기 해당합니다.32
이건 숙취해소제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이 체질인 분이 술을 계속 마시면 식도암 위험이 뚜렷하게 올라갑니다. 반대로 말하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이 체질만으로는 위험이 올라가지 않습니다.32
빨개지는 걸 술이 약한 신호 정도로만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실은 몸이 보내는 꽤 분명한 경고입니다.
결국 남는 답
- 마시기 전: 뭐라도 먹고 시작하기, 색 진한 술 피하기, 제품은 술과 함께.
- 마신 뒤: 잘 자기, 물은 갈증 때문에 마시기, 진통제는 용량 지키기.
- 양쪽 모두: 숙취해소제는 ‘덜 힘들게’ 정도만 기대하기.
어떤 검토를 봐도 결론은 같습니다. 숙취 정도를 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마신 양입니다.1 재미없는 답이지만, 지금까지 이걸 이긴 성분은 없습니다.
Foot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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